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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북 노동자 시위’에도 파견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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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2.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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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22 Feb 2024 13:30:0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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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월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한국 통일연구원의 탁민지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이른바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탁 연구원의 견해를 홍승욱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최근 중국 지린성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항의 시위가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셨습니다. 어떤 부분이 지금까지 보인 양상과 달랐다고 보셨습니까?
 
탁민지 연구원: 우선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이 해온 방식과 판이하게 다른 두 부분이 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노동자들이 집단을 형성해서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 사회가 한국에선 매우 익숙한 집회나 시위, 결사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곳인데, 해외라는 당국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특수성도 있긴 하지만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자신들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북한 노동자들이 예나 지금이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다 알면서도 그냥 참거나, 아니면 부업을 해서 수익을 더 올리고 말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에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게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내 삶을 내가 책임진다’는 일종의 ‘자력구제’ 정신을 벗어나 당국이 손해를 직접 책임지라고 요구했다는 부분입니다. 이것도 한국 등 정상 국가에선 특별한 생각이 아니지만 ‘내가 알아서 먹고 산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기본 입장이었던 만큼 이제는 국가에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를 하고,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지난 2012년 단둥 변두리 시골마을 임시공장에서 축구화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REUTERS

 
기자: 북한 당국이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한 처벌보다는, 이른바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태도 변화에는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탁민지 연구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 파견 노동자를 통해 이뤄지는 외화벌이가 북한 당국으로선 너무 소중한 기회일 것이고, 통치자금 조달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은 최근 해킹이나 암호화폐 탈취, 불법 웹사이트 제작 등 범죄 행위로도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지탄을 피할 수는 없거든요. 또 이런 불법 행위를 하다보면 반드시 피해자·피해기업이 발생하고 수사력이 동원되는 상황도 발생하는데, 해외 노동자를 통한 의류 제조업이나 수산물 가공업 등은 비교적 안전한 것입니다. 물론 대북제재를 회피해야 하지만 이런 사업이 잘 된다고 해서 경찰이 수사를 하진 않으니까요. 이렇게 북한으로선 지속 가능한 자금원으로 삼고 있는데, 집단 파업 사태가 벌어져서 큰 충격이 발생해도 이제는 (해외 파견을) 안 하겠다고 말할 순 없을 것입니다.
둘째로는, 이번 사태의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참여 인원이 2천 명이 넘었는데 이들을 모두 북한으로 소환하면 다시 파견을 보내서 빈 자리를 채워줘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대규모 인원을 불러 들이고 보내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1차적으론 시간과 비용이 들고, 또 노동자 파견은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인 만큼 중국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에 이런 부담을 져 달라고 말하는 것은 북한에게 큰 외교적 부담이겠죠. 또 북한에서 2천여 명을 모두 소환해서 처벌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이들이 모두 입을 닫도록 하는 것 자체도 힘든데 소환하고 처벌까지 하면 이 사태를 알게 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노동자 해외 파견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 사태와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실제로 그렇게 할 것으로 보고 계신지요?
 
탁민지 연구원: 북한이 기본적으로 외화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고 해외 현지 회사들도 북한 노동자들을 인력으로 선호합니다. 매우 긴 시간을 일하지만 임금은 조금만 줘도 되기 때문입니다.
한 달 내내 휴일도 반납하고 하루에 12시간씩 일했는데 초과 수당을 달라, 쉴 수 있게 보장해 달라, 다쳤으니 산업재해 처리를 해 달라, 이런 요구를 안 하는 노동자들이거든요. 또 현지인들이 잘 하지 않는 힘들고 위험한 작업에 부담 없이 투입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노예 노동’, ‘강제 노동’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고 정말 값 싸게, 쉽게 잘 쓸 수 있는 인원이기 때문에 양 측의 이해가 잘 맞는 것이고요. 그래서 대북제재 때문에 노동자 파견이 근절되거나 줄어드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제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만 명 규모의 노동자 파견이 유지돼 왔습니다.
 
기자: 이번 사태와 같은 경우가 북한 노동자 파견을 받는 국가 입장에서 새로운 위험 요소로 고려될 수 있을지요?
 
탁민지 연구원: 기존에도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해온 국가들은 이미 대북제재 위반은 감수해 왔던 것이고, 북한 노동자들이 갖는 장점도 분명해서 쌍방의 이해가 맞아 떨어집니다. 북한에서도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더 통제하겠다, 사상 무장도 하고 관리 체계도 강화하겠다며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죠. 그래서 이런 사태가 북한 내에선 큰 충격이겠지만 다른 국가들이 북한 노동자 파견을 그만 받아야겠다고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자: 그럴 경우, 한국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요?
 
탁민지 연구원: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졌을 때 어떤 목소리를 낼지 미리 대비하고 마치 예상 질문에 답변을 마련하듯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 노동자도 한국 헌법상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국제사회 시각에서도 한국이 국제노동기구 가입국인 만큼 북한 주민들이 강제노동을 겪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비판할 수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준하는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수년 전부터 유엔 차원에서 반복되어 지적돼 온 사안이기 때문에 어느 모로 보나 한국 정부가 목소리를 낼 정당성은 이미 확보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사태와 같은 양상이 앞으로도 이어지거나, 혹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계시는지요?
 
탁민지 연구원: 당장 이런 사태가 봇물 터지듯 퍼져 나가기는 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내부 통제 체계가 워낙 오랜 기간 발전시켜온 공고한 것이기 때문에 틈이 보이더라도 상당히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도 이런 사태에서 나름의 교훈을 얻고,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해 가면서 더 대비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획기적으로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북한 당국이 관리자들에게 노동자들을 너무 옥죄거나 임금 체불을 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리기는 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돈이나 자유를 주는 것일 텐데 둘 다 북한이 전면 허용하기는 어려운 것이거든요.
이번 사태는 땜질하듯이 막았지만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불씨는 언제든지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례는 이미 발생했고, 완전한 입단속은 불가능하고, 적어도 해외 파견 노동자들 사이에선 이 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퍼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태 내용과 의미가 북한 내부에도 전파되고 나중에는 이 것이 결정적 계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여러 요인들이 모여 어떤 변화의 계기가 왔을 때, 돌아보니 이 사태가 그 시발점이었다고 평가를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젊은 북한 연구자로서 관심을 갖고 계신 분야가 있다면?
 
탁민지 연구원: 북한의 이른바 ‘MZ세대’가 정말로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탈북민 인터뷰를 했을 때도 연령대에 따른 변화의 흐름이 보였거든요.
한 번은 몇 년 전에 막 탈북한 60대 여성을 인터뷰했는데, 그 분이 ‘김정은’을 말하려다 말고 멈칫하더니 막 웃으시더라고요. ‘이제는 이렇게 겁 먹지 않아도 되는 거 다 아는데도 실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면서요.
그런데 작년에 인터뷰한 20대 탈북민에게선 북한 체제에 존경심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았습니다. 말투만 아니면 강남역에서 보이는 10, 20대와 다를 것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북한에서 이런 MZ세대가 북한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를 좀 더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기자: 통일이나 북한 인권상황에 관심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 층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탁민지 연구원: 저는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땐 기성세대 보다는 저희 같은 젊은 층이 통일한국에서 주축을 담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뿐 아니라 한국 MZ세대의 통일 인식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 30대만 해도 북한이나 통일, 민족이란 말이 너무 옛날 말, 나와는 상관이 없게 느껴지고 통일이라고 하면 세금이나 통일 비용 때문에 가슴부터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인식이 좀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막연하게 북한을 자유가 없는 곳,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곳이라고 까지는 알고 있지만 막상 공감할 만한 자세한 내용은 접해보지 않아서 멀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희망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다면, 젊은 층은 공정이나 공평, 자유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크고 기성세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부나 연구 기관에서 피부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더 홍보하고 관심을 유도하면 큰 관심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젊은 층에 대한 당부라기보다는 저희 스스로 하는 다짐이기도 하고요.
젊은 세대에선 ‘마블’ 같은 이른바 ‘히어로 물’(영웅물)을 익숙하게 보고 자란 세대인데 그에 좀 대입해 보면 어떨까 생각도 합니다. 실제로 그런 영화에 나오는 악당이 지배하는 세상이 바로 우리 옆에 있거든요. 심각한 인권 상황에 고통 받는 그런 디스토피아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북한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다 알지만 실은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도 그런 서사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고 우리가 만화나 영화에서 본 그 어떤 사회보다도 인권이 억압되는 곳이라는 것에 젊은 세대가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통일연구원의 탁민지 연구원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앵커: 지난 1월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한국 통일연구원의 탁민지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이른바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탁 연구원의 견해를 홍승욱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최근 중국 지린성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항의 시위가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셨습니다. 어떤 부분이 지금까지 보인 양상과 달랐다고 보셨습니까?
 
탁민지 연구원: 우선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이 해온 방식과 판이하게 다른 두 부분이 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노동자들이 집단을 형성해서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 사회가 한국에선 매우 익숙한 집회나 시위, 결사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곳인데, 해외라는 당국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특수성도 있긴 하지만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자신들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북한 노동자들이 예나 지금이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다 알면서도 그냥 참거나, 아니면 부업을 해서 수익을 더 올리고 말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에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게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내 삶을 내가 책임진다’는 일종의 ‘자력구제’ 정신을 벗어나 당국이 손해를 직접 책임지라고 요구했다는 부분입니다. 이것도 한국 등 정상 국가에선 특별한 생각이 아니지만 ‘내가 알아서 먹고 산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기본 입장이었던 만큼 이제는 국가에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를 하고,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지난 2012년 단둥 변두리 시골마을 임시공장에서 축구화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REUTERS

 
기자: 북한 당국이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한 처벌보다는, 이른바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태도 변화에는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탁민지 연구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 파견 노동자를 통해 이뤄지는 외화벌이가 북한 당국으로선 너무 소중한 기회일 것이고, 통치자금 조달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은 최근 해킹이나 암호화폐 탈취, 불법 웹사이트 제작 등 범죄 행위로도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지탄을 피할 수는 없거든요. 또 이런 불법 행위를 하다보면 반드시 피해자·피해기업이 발생하고 수사력이 동원되는 상황도 발생하는데, 해외 노동자를 통한 의류 제조업이나 수산물 가공업 등은 비교적 안전한 것입니다. 물론 대북제재를 회피해야 하지만 이런 사업이 잘 된다고 해서 경찰이 수사를 하진 않으니까요. 이렇게 북한으로선 지속 가능한 자금원으로 삼고 있는데, 집단 파업 사태가 벌어져서 큰 충격이 발생해도 이제는 (해외 파견을) 안 하겠다고 말할 순 없을 것입니다.
둘째로는, 이번 사태의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참여 인원이 2천 명이 넘었는데 이들을 모두 북한으로 소환하면 다시 파견을 보내서 빈 자리를 채워줘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대규모 인원을 불러 들이고 보내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1차적으론 시간과 비용이 들고, 또 노동자 파견은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인 만큼 중국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에 이런 부담을 져 달라고 말하는 것은 북한에게 큰 외교적 부담이겠죠. 또 북한에서 2천여 명을 모두 소환해서 처벌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이들이 모두 입을 닫도록 하는 것 자체도 힘든데 소환하고 처벌까지 하면 이 사태를 알게 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노동자 해외 파견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 사태와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실제로 그렇게 할 것으로 보고 계신지요?
 
탁민지 연구원: 북한이 기본적으로 외화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고 해외 현지 회사들도 북한 노동자들을 인력으로 선호합니다. 매우 긴 시간을 일하지만 임금은 조금만 줘도 되기 때문입니다.
한 달 내내 휴일도 반납하고 하루에 12시간씩 일했는데 초과 수당을 달라, 쉴 수 있게 보장해 달라, 다쳤으니 산업재해 처리를 해 달라, 이런 요구를 안 하는 노동자들이거든요. 또 현지인들이 잘 하지 않는 힘들고 위험한 작업에 부담 없이 투입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노예 노동’, ‘강제 노동’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고 정말 값 싸게, 쉽게 잘 쓸 수 있는 인원이기 때문에 양 측의 이해가 잘 맞는 것이고요. 그래서 대북제재 때문에 노동자 파견이 근절되거나 줄어드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제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만 명 규모의 노동자 파견이 유지돼 왔습니다.
 
기자: 이번 사태와 같은 경우가 북한 노동자 파견을 받는 국가 입장에서 새로운 위험 요소로 고려될 수 있을지요?
 
탁민지 연구원: 기존에도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해온 국가들은 이미 대북제재 위반은 감수해 왔던 것이고, 북한 노동자들이 갖는 장점도 분명해서 쌍방의 이해가 맞아 떨어집니다. 북한에서도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더 통제하겠다, 사상 무장도 하고 관리 체계도 강화하겠다며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죠. 그래서 이런 사태가 북한 내에선 큰 충격이겠지만 다른 국가들이 북한 노동자 파견을 그만 받아야겠다고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자: 그럴 경우, 한국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요?
 
탁민지 연구원: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졌을 때 어떤 목소리를 낼지 미리 대비하고 마치 예상 질문에 답변을 마련하듯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 노동자도 한국 헌법상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국제사회 시각에서도 한국이 국제노동기구 가입국인 만큼 북한 주민들이 강제노동을 겪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비판할 수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준하는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수년 전부터 유엔 차원에서 반복되어 지적돼 온 사안이기 때문에 어느 모로 보나 한국 정부가 목소리를 낼 정당성은 이미 확보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사태와 같은 양상이 앞으로도 이어지거나, 혹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계시는지요?
 
탁민지 연구원: 당장 이런 사태가 봇물 터지듯 퍼져 나가기는 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내부 통제 체계가 워낙 오랜 기간 발전시켜온 공고한 것이기 때문에 틈이 보이더라도 상당히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도 이런 사태에서 나름의 교훈을 얻고,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해 가면서 더 대비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획기적으로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북한 당국이 관리자들에게 노동자들을 너무 옥죄거나 임금 체불을 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리기는 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돈이나 자유를 주는 것일 텐데 둘 다 북한이 전면 허용하기는 어려운 것이거든요.
이번 사태는 땜질하듯이 막았지만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불씨는 언제든지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례는 이미 발생했고, 완전한 입단속은 불가능하고, 적어도 해외 파견 노동자들 사이에선 이 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퍼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태 내용과 의미가 북한 내부에도 전파되고 나중에는 이 것이 결정적 계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여러 요인들이 모여 어떤 변화의 계기가 왔을 때, 돌아보니 이 사태가 그 시발점이었다고 평가를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젊은 북한 연구자로서 관심을 갖고 계신 분야가 있다면?
 
탁민지 연구원: 북한의 이른바 ‘MZ세대’가 정말로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탈북민 인터뷰를 했을 때도 연령대에 따른 변화의 흐름이 보였거든요.
한 번은 몇 년 전에 막 탈북한 60대 여성을 인터뷰했는데, 그 분이 ‘김정은’을 말하려다 말고 멈칫하더니 막 웃으시더라고요. ‘이제는 이렇게 겁 먹지 않아도 되는 거 다 아는데도 실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면서요.
그런데 작년에 인터뷰한 20대 탈북민에게선 북한 체제에 존경심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았습니다. 말투만 아니면 강남역에서 보이는 10, 20대와 다를 것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북한에서 이런 MZ세대가 북한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를 좀 더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기자: 통일이나 북한 인권상황에 관심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 층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탁민지 연구원: 저는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땐 기성세대 보다는 저희 같은 젊은 층이 통일한국에서 주축을 담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뿐 아니라 한국 MZ세대의 통일 인식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 30대만 해도 북한이나 통일, 민족이란 말이 너무 옛날 말, 나와는 상관이 없게 느껴지고 통일이라고 하면 세금이나 통일 비용 때문에 가슴부터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인식이 좀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막연하게 북한을 자유가 없는 곳,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곳이라고 까지는 알고 있지만 막상 공감할 만한 자세한 내용은 접해보지 않아서 멀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희망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다면, 젊은 층은 공정이나 공평, 자유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크고 기성세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부나 연구 기관에서 피부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사례를 더 홍보하고 관심을 유도하면 큰 관심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젊은 층에 대한 당부라기보다는 저희 스스로 하는 다짐이기도 하고요.
젊은 세대에선 ‘마블’ 같은 이른바 ‘히어로 물’(영웅물)을 익숙하게 보고 자란 세대인데 그에 좀 대입해 보면 어떨까 생각도 합니다. 실제로 그런 영화에 나오는 악당이 지배하는 세상이 바로 우리 옆에 있거든요. 심각한 인권 상황에 고통 받는 그런 디스토피아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북한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다 알지만 실은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도 그런 서사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고 우리가 만화나 영화에서 본 그 어떤 사회보다도 인권이 억압되는 곳이라는 것에 젊은 세대가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통일연구원의 탁민지 연구원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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